문학동네 시인선 172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Q1. 어느덧 네번째 시집입니다. 출간 소회를 여쭙습니다.
<aside> 💬 ****지금 드러난 것이 제 얼굴이라는 사실만을 명백하게 마주하고 보니 산길을 가다가 돌 하나를 돌 위에 더 포개어놓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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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해설을 쓰신 조재룡 평론가도 짚어주었듯, ‘반전-패러독스-블랙유머'의 낯설면서도 신선한 감각이 눈에 많이 띄는데요. 이번 시집 속 시들을 쓰면서 특별히 염두에 두었거나 천착했던 지점이 있으실까요?
<aside> 💬 알게 모르게 스스로 프레임을 만들었던 시들이 자유롭기를 바랐어요. 형식을 조이던 나사가 풀려나간 자유로움이 시적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방편으로 다른 감각을 택했어요. 자유로움이 한 번에 터질 때 가장 극적인 효과를 낸다면 뒤집어보는 것이고요. 유쾌하게 세상을 뒤집는 기분이 들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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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저는 편집하면서 식물의 이미지들이 담긴 시와 가족이라는 묘한 관계를 들여다본 시들에 눈이 자주 머물렀습니다. 그런 시가 많은 편이기도 했고요. 식물은 선생님께 영감을 주는 존재이고, 가족관계는 선생님께 풀지 못한 수수께끼 같은 것이 아닐까 짐작도 해보았습니다. 이에 대해 말씀주실 수 있을까요?
<aside> 💬 식물에 둘러싸여 살았던 시절이 있었고, 식물과 헤어진 시절이 있었어요. 헤어진 동안 그리움을 그들의 ‘이름’으로 달랬지요. 사람보다 식물과 지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족은 그런 식물들 중에서 덩굴식물 같아요. 차곡차곡 한 권의 책 속에 포개진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과 애정과 웃음과 눈물이 여기저기 휘감겨 있어서 일부를 걷어내도 금세 수북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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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이번 시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 이유도요.
<aside> 💬 어떤 시는 다시 읽고 싶지 않고 어떤 시는 이랬었나, 싶은 시가 있지만 「위치」의 아득함을 사랑해요. 표정과 몸짓과 어떠한 기억조차도 지워진 점의 평화를 사랑하고 점의 재생력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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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이 시집을 읽을 독자분들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려요.
<aside> 💬 낯선데 재미있다, 굴곡진 언어가 있는데 속도가 지루하지 않다, ‘너’라는 사람이 어쩐지 ‘나’ 같은 적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버린다면 시집 한 권을 다 읽지 않아도 다 읽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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